그 어떤 인생도 실패는 아니라고 장자가 말했다
서평
‘장자’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도가’를 떠올리며, 속세를 떠나 초연하게 사는 도인, 혹은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피해 현실 도피를 시도한 철학자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장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라기보다는 표면적인 오해에 가깝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교적 가치관에 익숙해지다 보니, 장자의 철학이 지닌 진정한 깊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한정주 작가는 그의 저서에서 장자의 철학이 현대인들에게 주는 메시지와 가르침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한정주 작가는 오랜 기간 인문학과 철학을 연구해온 인물로, 특히 역사와 철학에 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저서를 집필해왔습니다. 이 책은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한 장자의 철학을 현대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우리의 일상과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장자가 단순히 현실을 도피한 철학자가 아니라,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사상가임을 이 책을 통해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한정주 작가는 ‘뇌룡재’라는 역사와 고전을 공부하는 모임을 운영하며, 다수의 저술과 강연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인문학적 사유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그가 저술한 대표적인 책으로는 <마흔에 읽는 사기 인문학>, <문장의 온도>,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등이 있으며, 모두 고전과 철학, 그리고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자신이 왜 장자의 철학에 매료되었는지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는 20~30대에는 마르크스의 철학에, 40대 초반에는 니체의 철학에 빠져 있었고, 현재는 장자의 철학에 심취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한 철학적 여정을 거친 저자가 장자의 사상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많은 이들이 장자를 현실 도피적인 철학자로 오해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장자가 단순히 속세를 떠난 은둔자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장자의 철학은 오히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깊은 사유 체계입니다. 장자는 현실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본질을 탐구하며 인생의 궁극적인 가치를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장자의 철학이 “지금까지 길을 찾지 못한 삶의 근본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탐구의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말하며, 현대인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줄 수 있음을 역설합니다.
왜 장자의 철학은 현대의 학자들에게 현실 도피적으로 보였을까요? 그 이유는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적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중국은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암흑의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피폐한 사회와 더불어, 가뭄과 기근이 백성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으며,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장자는 그저 윤리와 도덕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가르침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장자의 제물론은 그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철학적 기둥 중 하나입니다. “길은 사람이 걸어 다니면서 만들어진다”라는 그의 말은, 세상과 사물의 본질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결국 세상은 우리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장자의 철학에서 또 하나 떠오르는 중요한 이미지는 거대한 물고기 ‘곤’과 큰 새 ‘붕’입니다. 장자는 꿈속에서 물고기에서 새로 변신해 하늘 높이 날아가려고 하는 ‘붕새’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합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이상향을 추구하며 살아가는지를 드러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가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욕망이 때로는 인간을 지배하고 파멸로 이끌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장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삶을 지배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사람들은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고, 만족할 줄 모릅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나는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꾸어도 될 만큼, 인간은 욕망에 지배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욕망은 인간을 발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지나친 욕망은 탐욕으로 변해 인간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욕망이 충족될 수 없는 본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현대인들이 삶의 진정한 만족을 찾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결국 욕망은 충족되지 않을 때만 욕망이며, 그 욕망이 실현되면 또 다른 욕망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장자의 철학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뛰어넘어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을 제안합니다. 장자는 인간의 삶이 자연의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세상을 떠나는 것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며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장자의 철학에서 말하는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를 ‘무위자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무위자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합니다. 인위적인 것에 매몰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장자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로운 삶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장자의 철학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다섯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첫째, 애착과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변화와 변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타인과의 비교 대신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삶은 태도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저자는 삶에서 중요한 것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통해 장자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장자의 철학은 고대의 사상에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주는 살아있는 철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