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닮은 도시

아내를 닮은 도시


서평

『아내를 닮은 도시』는 단순한 여행 에세이를 넘어, 슬로베니아라는 나라와 그곳에서 살며 느낀 작가의 사색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는 그동안 비교적 덜 알려진 여행지였으나, 최근 들어 여행자들에게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블레드 호수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함께 대표적인 명소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아내를 닮은 도시』는 슬로베니아의 대표 명소인 블레드 호수에 집중하기보다는, 작가 강병융이 머물고 있는 수도 류블랴나와 그 주변의 덜 알려진 도시들, 특히 피란(Piran)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강병융 작가는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소설가이자 교수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슬로베니아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생활은 단순한 여행자의 시선과는 다르게, 그 나라에서 실제로 생활하며 느끼는 세밀한 감정과 경험이 묻어납니다. 그는 슬로베니아에서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책 속에 녹여내며, 독자들에게 그 나라의 자연스러움과 평범한 일상을 전하고자 합니다. 특히 작가가 사랑하는 피란은 작고 아담한 해변 도시로, 이탈리아와 가까워 중세 유럽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이국적인 분위기와 고요한 아름다움은 피란을 한 번 방문한 여행자들이 다시금 찾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슬로베니아어의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주제로 선택해 각 도시와 지역을 소개하는데, 이는 단순히 여행지의 외형적인 특성만을 보여주지 않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역사, 문화를 통해 장소의 본질적인 매력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A’로 시작하는 단어는 그 지역의 자연 풍경일 수도 있고, 어떤 알파벳은 전통 음식이나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장소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알파벳별 테마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슬로베니아어의 독특한 매력을 전달하며, 동시에 그 나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알파벳을 따라가며 책을 읽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슬로베니아의 도시들을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여행서와는 다른, 더 깊이 있는 감상으로 이어집니다.

피란은 슬로베니아에서도 지중해의 영향을 받는 독특한 도시로, 붉은 지붕을 한 건물들과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도시 이름, 중세 유럽풍의 좁은 골목길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도시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작가가 피란을 특별히 사랑하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고요함과 소박함일 것입니다. 블레드 호수가 자연의 장엄함을 자랑한다면, 피란은 그와는 다른 정서적 깊이를 가진 작은 도시로, 독자들 역시 이 도시에 대한 작가의 감정을 느끼며 그곳을 여행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독자의 기대를 다르게 충족시킨다는 점입니다. 보통 여행서를 펼치면 여행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추천 명소, 음식점 등의 실용적인 정보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아내를 닮은 도시』는 그러한 실용적 정보 대신 작가의 사적인 경험과 감정이 담긴 산책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독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진정으로 느끼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여행을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커버에 숨겨진 디테일입니다. 책의 커버를 벗기면 류블랴나 산책 코스가 담긴 작은 지도가 나타납니다. 이는 마치 작가가 독자에게 슬로베니아의 일상을 경험해보길 권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류블랴나는 큰 도시는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유럽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져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류블랴나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이 지도를 들고 도심을 천천히 산책하며 작가가 느꼈던 감정과 순간들을 함께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내를 닮은 도시』는 독자에게 단순한 여행 정보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며, 슬로베니아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강병융 작가는 슬로베니아라는 나라에서 생활하며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책에 녹여냈습니다. 그가 느끼는 슬로베니아는 단순한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넘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이해하는 장소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슬로베니아의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그 나라가 지닌 문화적,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작가가 애정을 품고 있는 피란과 같은 도시들은 그저 관광객이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닌, 그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진 장소로 묘사됩니다.

『아내를 닮은 도시』는 슬로베니아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한층 더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작가가 직접 생활하며 경험한 슬로베니아의 일상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며, 우리가 단순히 여행이라는 경험을 넘어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여행이란 그저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 슬로베니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일부로 다가옵니다. 여행자는 그들의 일상을 잠시 엿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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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닮은 도시 | 강병융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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