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장편소설
서평
유지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의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 아내 우미에와의 사랑과 딸 요리코의 존재는 유지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평온했던 일상은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하게 됩니다. 열일곱 살의 유일한 자식이자 유지의 모든 희망과 꿈을 담고 있던 딸이 어느 날 끔찍한 살인 사건의 희생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하루처럼 느껴졌던 그날, 요리코는 외출을 했고, 밤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불안감이 점점 커지던 그때, 경찰서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유지의 세상을 산산이 부수었습니다. 딸 요리코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뿐만 아니라, 그녀가 잔인하게 살해되었고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이 유지의 마음에 큰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유지는 이미 14년 전 큰 비극을 겪은 바 있었습니다. 아내 우미에가 척수 손상을 입으면서 중상을 당했고, 그로 인해 그녀의 배 속에 있던 8개월 된 아들을 잃었던 것입니다. 그 사건 이후 유지와 우미에는 더 이상 자식을 가질 수 없었고, 요리코는 두 사람에게 유일무이한 자식이자 그들의 모든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요리코의 죽음은 단순한 상실을 넘어 유지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비극이 되었습니다.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진실을 밝혀내지 않고서는 유지의 삶은 결코 정상적인 궤도를 되찾을 수 없었습니다.
유지는 딸의 사망 소식을 아내에게 전할 때, 딸이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을 일부러 숨겼습니다. 아내가 받을 충격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우미에는 그저 딸의 죽음에만 슬퍼할 뿐이었으나, 유지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품었습니다. 딸이 왜, 어떻게 그런 잔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그 진실을 경찰은 제대로 조사하고 있는지에 대해 큰 의심을 품게 된 것입니다. 특히 딸이 임신 중이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경찰이 숨기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의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경찰은 단지 유가족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정보를 숨겼다고 설명했지만, 유지에게는 그 설명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요리코의 죽음을 단순한 성범죄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습니다. 근처에서 발생한 일련의 성범죄 사건들과 연결 지어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고, 요리코 역시 그 범죄의 희생자 중 하나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경찰은 성범죄와 연관된 용의자를 잡기 위해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지만, 유지에게는 경찰이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려는 듯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유지의 불신은 더욱 커져갔고, 딸의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태도는 그에게 더욱 큰 불만과 의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유지는 요리코의 방에서 발견된 산부인과 진단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 진단서를 받기 위해 딸이 병원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지는, 그 진단서를 본 사람 중에 진범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요리코가 단순히 강압적인 관계로 인해 임신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관계에서 임신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진단서가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자, 유지는 그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복수심에 불타올랐고, 진범을 찾아내 그를 처단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그러나 유지는 단순히 감정에 휩싸여 복수를 실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누구나 추측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진범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명제와 추론, 하나의 확신과 결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유지는, 철저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지는 요리코의 작년 담임이었던 히이라기 노부유키 선생에게 의심의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히이라기는 평범한 교사처럼 보였지만, 유지는 그가 딸의 죽음에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그는 요리코와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혹은 학교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히이라기가 정말로 요리코를 죽인 진범일까요? 유지의 의심은 점점 더 깊어져갔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 소설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유지의 일기를 통해 그의 복잡한 내면과 복수에 대한 집착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독자들은 유지를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을 하나하나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그의 고뇌와 분노, 그리고 그가 느끼는 슬픔과 의심을 함께 체험하게 됩니다. 특히, 유지가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는 과정은 그의 복수심과 깊은 슬픔 속에서 점점 더 치밀하고 냉철한 인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며 유지가 맞이하게 될 결말은 무엇일지, 독자들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은 충격적인 반전과 더불어 독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지의 복수심과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어떻게 결실을 맺게 될지,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과연 유지가 생각한 것과 얼마나 일치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작품 전반에 걸쳐 강렬하게 유지됩니다. 복수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실이 과연 무엇일지,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