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

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


서평

한강절이 지나고 나니 몸과 마음이 괜스레 무거워진 오늘입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선선해진 날씨 속에서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날씨에 잘 어울리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지금 같은 계절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도 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라 더욱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그림책은 언제 읽어도 좋으니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지요. 이번에 제가 고른 책은 보물창고에서 새롭게 출간된 제니퍼 썸스 작가님의 《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입니다.

아문센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많지만, 그와 경쟁했던 또 다른 위대한 탐험가가 있었다는 사실은 새로웠습니다. 그가 바로 로버트 팰컨 스콧 대장입니다. 남극 탐험을 이야기할 때 종종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문센이나 섀클턴 같은 인물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들 곁에는 이름 없이 묵묵히 탐험을 함께한 많은 조력자들이 있었습니다. 탐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숨은 영웅들 덕분이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그 많은 생명과 역사적 성과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톰 크린도 그런 숨은 영웅 중 한 명으로, 그는 스콧 대장님과 두 번의 남극 탐험을 함께하며 남극 대륙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어니스트 섀클턴 대장님과의 남극 탐험에서도 그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발휘했습니다.

톰 크린은 아일랜드 서부 해안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그는 일찍이 해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앞으로 겪게 될 엄청난 모험과 도전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톰 크린이 처음으로 스콧 대장님의 디스커버리 호에 승선했을 때는 고작 이등병이었습니다. 그저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던 그 시절에 그는 남극이라는 미지의 대륙에 발을 디딜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책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당시의 남극 탐험이 얼마나 위험하고 험난한 여정이었는지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탐험대는 썰매를 개와 함께 직접 끌어야 했습니다. 매일 10시간씩 360kg이 넘는 썰매를 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남극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엄하고 아름다웠지만, 그 속에서의 삶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남극의 극지 환경은 탐험대원의 시력을 앗아가고, 생명을 위협하는 혹독한 장소였습니다. 특히, 탐험 도중 배가 얼음에 갇혀 2년 동안 꼼짝없이 얼음 속에 묶여 있었던 일화는 그야말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영국 해군의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만약 그들의 구조가 조금만 늦었더라도, 톰 크린과 그의 동료들은 영하의 기온 속에서 얼어 죽었을지 모릅니다.

6년이 지나고 스콧 대장님은 중사로 승진한 톰 크린을 테라노바 호에 다시 승선시켰습니다. 이 시점은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하려 했던 시기와 맞물립니다. 아문센이 남극점을 먼저 정복하면서 탐험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지만, 스콧 대장님의 여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조랑말과 모터썰매는 극심한 추위를 견디지 못했고, 결국 대장님마저 그 가혹한 환경에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톰 크린은 남은 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빙하를 가로질러 56km를 걸어가 도움을 청해야 했습니다. 그 길고도 고통스러운 여정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 용기와 희생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앨버트 메달을 수여받았습니다.

스콧 대장님의 죽음 이후 톰 크린은 큰 슬픔에 빠졌지만, 그의 모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니스트 섀클턴 대장님의 인듀어런스 호에 승선하면서 또 다른 남극 탐험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 탐험에서도 그들의 배는 두꺼운 얼음에 갇혀 부서지게 됩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탐험대는 구명정에 몸을 싣고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톰 크린은 여기서도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1,280km 떨어진 고래잡이 기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험난한 길을 떠났고, 결국 모든 탐험대원이 무사히 구조되는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이처럼 톰 크린은 남극 탐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그의 용기와 희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과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러한 그의 겸손함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 아닐까요?

톰 크린의 이야기를 통해 제가 느낀 감동을 장남매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장남매가 톰 크린처럼 결과보다 과정에 가치를 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단한 성취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요? 톰 크린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바로 그런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너무나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알라딘: 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

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 | 제니퍼 썸스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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